여행 경로 선택과 시코쿠 결정
여행의 방향을 정하는 과정은 단순한 동선이 아니라,
여행의 성격과 분위기를 결정짓는다.
이번 여정에서 의견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한쪽은 시코쿠 섬을 거쳐 세토대교를 건너는 루트를 주장했고,
다른 한쪽은 큐슈 지방의 후쿠오카와 나가사키로 향하길 원했다.
결국 시코쿠행으로 결정되었고, 이는 예기치 않게 새로운 여행지와 마주하는 계기가 되었다.
시코쿠는 일본 4대 섬 중 가장 작지만, 불교 문화와 자연 경관이 조화를 이루는 지역이다.
특히 ‘88 사찰 순례길’은 약 1,200km에 달하는 장대한 코스로,
고보 다이시(弘法大師)라 불리는 구카이(空海)가 개창한 순례 전통을 따라 걷는 이들이 많다.
이 코스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제주 올레길과 함께 세계적인 도보 여행지로 거론된다.
벳부 온천의 아침 풍경과 시코쿠행 준비
벳부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온천 도시다.
아침 기온이 낮을 때는 시내 곳곳에서 치솟는 온천 증기가 마치 도심 전체에 안개를 드리운 듯 퍼진다.
이날은 특히 증기가 짙어, 멀리서 보면 화재 현장처럼 보일 정도였다.
원래 계획은 온천욕을 즐기고 출발하는 것이었으나,
빗줄기가 점점 굵어져 곧바로 시코쿠행 페리 터미널로 이동했다.
벳부 선착장에서 야와타하마항으로 향하는 페리는 차량을 함께 실을 수 있는 대형 선박이다.
차량 동반 승선 시 요금은 대략 20만 원 수준이며, 차량 크기에 따라 차등이 있다.
티켓 구입 시 차량등록증 제시는 필수다.
승선 시간은 약 2시간으로, 매점의 간식은 한정적이므로 도시락이나 김밥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야와타하마에서 마루가메까지의 이동과 도로 환경
페리에서 내려 E56 마츠야마 고속도로에 진입하면 시코쿠의 쾌적한 도로 환경을 느낄 수 있다.
차량 통행량이 많지 않아 주행이 편안하며,
휴게소가 일정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어 장거리 운전에 유리하다.
다만 대부분 무인 판매기와 간단한 매점 형태라 식사 메뉴는 제한적이다.
봄철에는 도로변에 벚꽃과 매화, 홍도화가 만개해 운전 중에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루가메 시는 세토대교 서쪽 관문에 해당하며, 혼슈로 향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세토대교 개요와 숙소 위치 전략
세토대교(瀬戸大橋)는 혼슈와 시코쿠를 연결하는 총연장 13.1km의 복합 교량이다.
도로와 철도가 함께 놓여 있으며, 여러 개의 장대교가 세토내해 위를 가로지른다.
여행 계획에 따라 숙소 위치를 달리해야 한다.
세토내해 국립공원의 여러 다리를 모두 건널 예정이라면 이마바리시 쪽 숙박이 효율적이고,
세토대교 자체를 건너는 것이 목적이라면 마루가메 시 숙소가 적합하다.
숙소 위치 결정 실수로 일정이 변동될 수 있으나,
이러한 변화가 새로운 명소를 발견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
나오시마섬 소개와 접근 방법
마루가메 시 숙소를 잡으면서 계획에 없던 나오시마섬을 알게 되었다.
나오시마는 일본 현대미술의 성지라 불리며, 안도 다다오와 이우환의 미술관이 자리한다.
섬으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혼슈 쪽 오카야마현 우노항에서,
혹은 시코쿠 다카마쓰항에서 미야노우라항까지 페리를 타면 된다.
우노항 출발은 오전 9:20과 11:00 등 정해진 시간대에 운항하며,
차량 승선 시 차량등록증과 현금이 필요하다.
당일 왕복 이용 시 1인당 30엔 할인 혜택이 있다.
나오시마는 타카마쓰에서 13km, 타마노에서 3km 거리에 있으며, 북서-남동 방향 직사각형 형태다.
나오시마의 명소와 예술 프로젝트
섬 북부에는 동양 최대의 금 제련소인 미쓰비시 매터리얼 나오시마 제련소가 위치한다.
중앙에는 교육지구와 안도 다다오 설계의 박물관이 자리하고,
남부에는 베네세 아일랜드 나오시마 문화촌, 지중미술관, 이우환 미술관 등이 있다.
섬 전체 면적은 16km에 불과해, 미술관 입장을 제외하면 자전거로 2시간이면 일주 가능하다.
나오시마는 한때 버려진 섬이었으나,
베네세 홀딩스의 후쿠다케 소이치로 회장이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예술의 섬으로 변모했다.
세계적인 건축가와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섬 곳곳에 설치미술과 건축물을 조성했고,
일본 최초로 ‘에코타운’ 지정도 받았다.
나오시마 여행 팁과 일정 구성
나오시마 여행의 핵심은 시간 배분이다.
미술관 위주의 일정은 실내 관람이 많아 오전과 오후의 빛을 활용한 야외 조형물 관람을 놓치기 쉽다.
따라서 오전이나 늦은 오후에는 해변 산책과 야외 예술품 관람을 배치하는 것이 좋다.
성수기 숙박은 최소 한 달 이상 전에 예약해야 하며,
당일치기라면 페리 시간표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 섬 내 교통은 버스가 있으나,
주요 관광지는 자전거가 훨씬 효율적이다.
미술관 입장료는 각각 별도이며,
지중미술관과 베네세 하우스는 사전 예약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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