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에서의 아침, 계획의 변화
숙소에서 푹 자고 나니 다시금 에너지가 충전되었다.
간단한 아침 식사로 몸을 깨운 후, 본격적인 하루 일정을 준비했다.
그러나 장기 자유여행자에게는 언제 어디서든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4월 초의 플로리다 날씨는 기온도 높고 습도도 꽤 높은 편이었기에
차량용 냉장고가 필요하겠다 싶어 인근 오프라인 매장을 돌아봤지만 결국 원하는 제품을 찾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오늘의 계획을 유연하게 변경했다.
원래 일정 대신 ‘키웨스트(Key West)’로 바로 향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숙소에서 약 350km 떨어져 있으며, 예상 주행 시간은 4시간 남짓이다.
‘Key’라는 지명의 의미와 고속도로 진입
‘Key West’라는 지명에서 ‘Key’가 궁금했는데,
이는 스페인어에서 유래된 말로 ‘산호초나 낮은 섬으로 이루어진 작은 섬’을 뜻한다.
키웨스트로 향하는 길은 I-75 고속도로를 타고 남하한 후,
플로리다의 내륙 도로인 27번과 997번을 지나, 결국 1번 고속도로인
‘오버시즈 하이웨이(Overseas Highway)’로 접어들게 된다.
그런데 금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진입 지점인 키라고(Key Largo)부터 심각한 교통체증이 발생했다.
대형 사고로 인해 고속도로가 일시 정체되었고,
경찰차·앰뷸런스·레커차·크레인 등이 모여 정리가 완료될 때까지 차량이 꼼짝하지 않았다.
약 30분 후에야 겨우 차량 흐름이 재개되었다.
통신 문제와 미국 내 유심 호환성 이슈
가던 중 타버니어(Tavernier) 지역에서 AT&T 스토어를 발견하고,
미국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선불유심 하나 더 확보하려 시도했다.
그러나 필자가 사용하는 삼성 갤럭시 S20 5G는 AT&T의 5G망과 호환되지 않아 개통에 실패했다.
미국 내에서는 일부 한국 기종이 AT&T 망에서 5G로 인식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에서 출시된 S20은 AT&T에서 개통조차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기술 문제라기보다는 애플의 영향력이 작용한 일종의 비공식적인 무역 장벽처럼 느껴졌다.
통신망 테스트를 하느라 시간을 낭비한 것 외에도,
여행지에서는 기술 호환성도 하나의 변수임을 실감했다.
오버시즈 하이웨이, 미국에서 가장 이국적인 해상 도로
키웨스트로 향하는 1번 고속도로는 ‘오버시즈 하이웨이’로 불린다.
플로리다 반도의 끝에서부터 산호초 섬(Key)들을 염주 꿰듯 연결한 도로로, 길이만도 200km가 넘는다.
이 구간에는 40개가 넘는 다리가 있으며, 그 중 세븐 마일 브리지(Seven Mile Bridge)는 무려 11km에 달한다.
마치 바다 위를 달리는 듯한 환상적인 경험을 제공하며,
다리 중간에는 배가 지나갈 수 있도록 중앙이 불룩 솟아 있다.
도로 옆으로는 맹그로브 숲과 바다가 이어지고,
다리 곳곳에는 낚시용 데크와 주차장이 설치되어 있어 현지인과 여행객 모두에게 인기가 높다.

키웨스트 도착, 자전거로 시작하는 탐방
총 6시간에 걸친 운전 끝에 키웨스트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에 출발했기 때문에 도착 시간은 점심 무렵이었고, 간단한 식사 후 자전거 탐방을 시작했다.
현지 주차는 거리 중심부에서는 유료이거나 비싸고,
외곽으로 나가면 무료 또는 저렴한 곳이 많지만 도보 거리가 늘어난다.
필자는 자전거를 소지하고 있었기에 거리에서 약간 벗어난 무료 주차장에 주차 후 곧장 자전거로 이동했다.

첫 번째 방문지는 키웨스트 최남단 포인트 ‘Southernmost Point Continental U.S.A’ 기념 구조물이었다.
Whitehead Street와 South Street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이곳은 포토존으로 유명하며,
많은 여행객들이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원래는 단순한 표지판이었지만 잦은 도난으로 인해 현재는 무거운 콘크리트 구조물로 바뀌었다.
실제 최남단은 인근 해군기지(Truman Annex)에 있으나 민간인 출입은 제한되어 있다.


기이한 거리 풍경과 헤밍웨이 하우스 방문
특이한 점은 거리 곳곳에서 닭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병아리를 데리고 도로를 넘는 모습은 도시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처음엔 누군가 키우는 닭이 탈출한 줄 알았지만,
도시 전체에서 이 닭들은 자율적인 존재로 보였고,
공공장소와 주택가를 누비며 살아가고 있었다.
기념 구조물에서 자전거로 8분 정도 이동하면 ‘어니스트 헤밍웨이 하우스 & 박물관’이 나온다.
이곳은 키웨스트에서 몇 안 되는 유료 입장 명소로,
헤밍웨이가 이곳에서 집필한 작품들(예: 킬리만자로의 눈,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흔적이 전시되어 있다.
헤밍웨이가 키우던 여섯 발가락 고양이 ‘스노볼’의 후손들도 현재 이 집을 지키고 있다.
전시물은 소박하지만, 헤밍웨이의 팬이라면 한 번쯤 들러볼 가치가 있는 공간이다.

해넘이 명소와 키웨스트의 특수한 지형
자전거로 서남쪽 끝까지 가면 페리 부두와 함께 ‘포트 재커리 테일러 역사 주립공원’ 및 ‘트루먼 워터프런트 공원’이 있다.
이 지역은 미국 대륙 내 민간인 접근이 가능한 최남단 해변으로 알려져 있으며,
자전거로 약 3시간이면 키웨스트 중심지를 모두 둘러볼 수 있다.
주택가와 상업지구가 혼재한 섬에서 이곳은 공중화장실이 있는 드문 장소이나,
해가 지면 자물쇠로 잠그기 때문에 이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키웨스트에서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는 말로리 광장(Mallory Square)이다.
구글 지도에서 듀발 스트리트(Duval St.) 북쪽 끝에 위치한
이 광장은 여행객들 사이에서 유명한 일몰 스팟으로, 멕시코만 너머로 해가 지는 모습이 감동을 선사한다.
이 장면은 여행 내내 기억에 남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여행지 평가와 마무리 소감
플로리다 자체가 해수면에 가까운 지형이 많고, 섬이 많다 보니 자재 수급조차 쉽지 않은 곳이 많다.
키웨스트처럼 통로가 하나뿐인 섬 지역의 경우, 배타적인 분위기와 높은 물가가 특징이다.
실제로 상점이나 현지 주민들과의 교류에서 약간의 불편함을 느꼈다.
자전거 덕분에 많은 지역을 둘러보았지만,
이 지역의 특성상 여러 날 머물기보다는 당일 여행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수욕이나 해양 레저가 목적이 아니라면, 키웨스트는 1일 코스로도 무리가 없다.
공공 시설은 대부분 밤에는 이용할 수 없고,
주차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여행 전 계획을 철저히 세우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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