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시마의 시로야마, 사쿠라지마로 향한 여정(J2-4)

사쿠라지마에 바라본 가고시마

가고시마는 어떤 도시인가

가고시마는 일본 규슈의 남단에 위치한 항구 도시로,

한때 ‘사쓰마’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던 지역이다.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온천이 풍부해 한국인들에게도 인기 있는 여행지 중 하나다.

특히 이곳은 메이지 유신의 발상지이자 정한론의 근거지로,

일본 근대사의 중요한 장면들이 펼쳐졌던 땅이다.

‘드림더드림’에서 ‘통한의 땅’이라고 표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로 이 지역에서 메이지 유신의 핵심 인물인 사이고 다카모리가 태어났고,

그가 조선을 침략하기 위한 명분을 주장한 곳이기도 하다.

 

정한론의 중심, 사이고 다카모리의 생애

사이고 다카모리는 일본 역사에서 영웅으로 평가받는 인물이지만,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복잡한 감정이 드는 인물이다.

그는 정한론을 주장하며 조선 침략의 필요성을 강력히 설파했고,

심지어 조선에 특사로 파견되어 일부러 무례한 행동을 하여 조선인의 반응을 유도하려 했던 인물이다.

그의 목적은 자신이 조선에서 살해당함으로써 일본 정부가 침략 명분을 얻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은 당시 일본 정부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결국 시간이 흐르며 조선 침략은 현실이 되었다.

사이고는 이후 정부와의 갈등으로 인해 구마모토성을 공격하는 세이난 전쟁을 일으켰고,

끝내 시로야마에서 할복하며 생을 마감했다.

 

구마모토성

구마모토성과 조선인 노예의 역사

사이고가 패배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구마모토성 공략 실패였다.

이 성은 임진왜란 당시 가토 기요마사에게 끌려간 조선인 노예들이 1607년부터 강제노역으로 축조한 성이다.

이들은 울산성 건축에도 동원되었던 포로들로,

일본에서조차 혹독한 대우를 받았다.

구마모토성은 견고함과 더불어 은행나무와 다수의 우물 덕분에 장기간 버틸 수 있었고,

그 결과 세이난 전쟁에서 결정적인 패인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사이고 다카모리는 조선인 노예가 만든 성에 무릎을 꿇은 셈이며,

이는 일본 역사에서도 큰 아이러니로 남아 있다.

시로야마 공원

시로야마 전망대와 가고시마의 풍경

사이고가 생을 마감한 시로야마는 가고시마 시내 중심에 위치한 산으로,

서울의 남산과 유사한 입지를 지닌다.

이곳에서 바라보면 가고시마 시내와 바다 건너편의 사쿠라지마가 한눈에 들어온다.

지금은 전망대와 공원이 조성되어 있으며,

사이고 다카모리의 동상과 역사적 설명이 설치되어 있다.

전망대

사쿠라지마, 살아 있는 화산이 주는 압도감

사쿠라지마는 멀리서 보면 하나의 섬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육지와 연결되어 있어 육로로도 접근이 가능하다.

우리는 가고시마 시내에서 페리를 타고 사쿠라지마로 향했다.

사쿠라지마는 여전히 활동 중인 화산으로,

여러 전망대에서 분화구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직접 볼 수 있다.

특히 유노히라 전망대는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사쿠라지마의 분화구와 그 주변 지형을 가까이서 조망할 수 있으며,

전망대까지는 차량으로 이동하거나 도보 트레킹도 가능하다.

사쿠라지마 분화구(흰색의 구름은 분화구에서 나오는 증기임)

족욕 체험과 용암 전망대의 풍경

사쿠라지마 방문자 센터에는 온천수를 활용한 족욕 시설이 마련되어 있어,

여행 중 지친 발을 잠시 쉬게 할 수 있다.

이곳은 한국인 여행자뿐 아니라 중국, 대만 관광객들에게도 인기 있는 장소다.

우리는 방문자 센터를 둘러본 후 ‘아리무라 용암 전망대’로 향했다.

이곳은 과거 용암이 흘러내렸던 경로로, 굳어버린 용암이 기묘한 형상을 이루며 조형미를 자랑한다.

전망대에는 작은 정자가 마련되어 있어,

우리는 이곳에서 직접 싸 온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하며 잠시 여유를 즐겼다.

사쿠라지마 항구

다양한 여행 방식, 그 안의 공통된 감정

현장에서 만난 또래의 한국 여행자들은 차량을 렌트하지 않고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만으로 여행 중이었다.

그들은 일본의 도로 규칙과 운전 방식에 대한 두려움으로 렌트는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여행을 즐기고 있었고,

그것이 오히려 더 깊은 인상을 남긴 듯했다.

여행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여정에 충실하는 태도이다.

가고시마와 사쿠라지마에서의 하루는

그렇게 우리에게 또 다른 여행의 본질을 일깨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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