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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홋카이도 큐슈

홋카이도 비에이 방문지(J1-2)

by 드림더드림 2025. 6. 22.

 

자작나무 길에서 시작된 하루, 홋카이도 속 자연과 감성의 조우

아침 식사를 마치자마자, 우리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자작나무 길’이었다.

흔히 사진 속에서 보던 그 길, 곧게 뻗은 자작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풍경이었다.

처음에는 이곳이 그저 나무 몇 그루 심어놓은 산책길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이 지역 사람들의 철학과 자연을 대하는 방식이 담겨 있었다.

자작나무 길



이 자작나무 길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었다.

과거에는 이곳에서 소와 말, 양 같은 가축을 육종하던 장소였다고 한다.

철조망이나 높은 담장을 설치하는 대신, 자연과 조화를 이루도록 자작나무를 심은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새 이 길은 명소가 되었다.

평범한 나무의 배열조차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풍경이 되기까지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했을 것이다.

한국의 대산목장이 떠올랐다.

한우의 품종을 보존하고 개량하는 대표적인 시설이지만,

일반인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곳이다.

전염병 방역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자연을 품는 방식에서 일본과는 확연한 차이가 느껴졌다.

 

자작나무 길 자체는 특별한 구조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의 손길이 과하게 닿아 있지도 않다.

하지만 그 단순함이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여섯 명의 사내들이 시골 들녘을 배경으로 웃으며 사진을 찍는 모습이

어쩌면 이 길을 가장 잘 활용한 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늘 일본을 여행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 나라의 진짜 경쟁력은 ‘청결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 풍경 속에 비닐 쓰레기나 버려진 가전제품,

오래된 매트리스가 있었다면 이 길은 결코 명소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것은 단지 자연이 하는 일이 아니라,

그 곁을 지키는 사람들의 몫이기도 하다.

류게츠 스위트피아 본관

 

홋카이도의 맛과 정성이 깃든 공간, 류게츠 스위트피아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류게츠 스위트피아였다.

홋카이도에서 유명한 과자 브랜드로,

이곳은 단순한 매장을 넘어 하나의 테마 공간처럼 꾸며져 있었다.

3층짜리 대형 건물은 1층이 전시실과 매장으로 운영되고 있었고,

그 외부에는 넓은 주차장과 사계절 식물로 단장된 정원이 펼쳐져 있었다.

그 중에서도 ‘빵’을 테마로 한 벤치가 인상적이었다.

류게츠 스위트피아 정원

홋카이도 과자가 특별한 이유는 이 지방의 밀과 우유, 즉 원재료의 품질에 있다.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이곳은 농약이나 화학비료 없이도 충분히 작물이 잘 자란다고 한다.

실제로 이동 중 바라본 농촌 풍경은 매우 비옥해 보였다.

한국 농촌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검은 비닐조차 이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매장에서 나는 선물용으로 카스텔라와 몇 가지 과자를 구입했다.

단순한 디저트를 넘어서, 이곳에서의 경험은 홋카이도의 자연과 정성이 담긴 한 조각의 예술 같았다.

 

영화 속으로 걸어 들어간 듯한 정류장, 이쿠토라역

류게츠를 나선 뒤, 미나미 후라노의 작은 역, 이쿠토라역으로 향했다.

이곳은 영화 ‘철도원’의 촬영지로 유명한 장소다. 나는 영화를 본 적은 없지만,

사고로 가족을 잃은 주인공 오토마츠의 회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서정적인 장면들이 이 역을 특별하게 만든다고 했다.

호로마이 역

실제로 도착한 이쿠토라역은 마치 영화 세트장 같았다.

‘호로마이 역’이라는 영화 속 이름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낡은 열차와 정돈된 플랫폼, 안내 포스터까지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추억처럼 느껴졌다.

굳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이런 시골 간이역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잊고 있던 감성을 되살리게 한다.

한국의 오래된 간이역에서도 비슷한 향수가 느껴지는 것처럼,

이쿠토라 역시 정서적으로 친근한 공간이었다.

 

요정이 숨 쉬는 공간, 닝구르 테라스

가이드는 특유의 수다로 버스 안을 즐겁게 만들었다.

거침없고 재치 있는 설명에 웃음이 터지기 일쑤였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 바로 닝구르 테라스였다.

닝구르 테라스

 

후라노 리조트 지역 내에 위치한 이곳은 겨울엔 스키장으로,

여름엔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닝구르’는 홋카이도 원주민 아이누족 전설 속에 등장하는 작은 요정이다.

일본 작가 와타나베 슈마쿠가 창조한 이 요정은 숲과 나무를 닮은 존재라고 한다.

그 전설을 테마로 만든 이 테라스에는 통나무 오두막들이 모여 있었고,

각각의 공방이나 카페 안에서 한 사람씩 고요히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작품들은 금속, 천, 나뭇조각 등 자연에서 나온 재료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크기도 작아 더욱 정감이 갔다. 마치 요정이 살고 있을 법한 공간이었다.

아오이이케(청의 연못)

 

아오이이케와 흰수염 폭포, 그리고 깊어가는 밤

여정의 마지막은 비에이로 향했다.

아오이이케(청의 연못)는 아이폰 배경화면으로도 잘 알려진 명소였다.

 

물빛은 마치 옥스퍼드 블루처럼 푸르렀고,

그 주변을 감싸는 나무들과의 조화는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다양한 식물과 새, 곤충들을 마주칠 수 있고,

자연을 즐기며 생태적 감수성도 함께 키워볼 수 있다.

흰수염 폭포

 

이어 도착한 흰수염 폭포는 이름 그대로였다.

떨어지는 물줄기가 하얗게 퍼져 마치 수염처럼 흘러내리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그 장면은 사진으로 담기에도 좋았지만,

셀카봉이 있었다면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특히 가을에는 단풍과 어우러져 최고의 절경을 이룬다고 했다.

숙소앞 산속의 사슴

 

이날 밤, 우리는 산속 숙소에서 사슴 한 마리를 만났다.

주변을 산책하던 중 조용히 풀을 뜯고 있는

그 모습은 북해도의 자연이 주는 선물처럼 느껴졌다.

온천욕을 마친 뒤,

서울에서 가져온 음식으로 늦은 밤까지 일행과 함께 작고 따뜻한 파티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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