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익숙한 듯 낯선 땅을 처음 밟다
언젠가는 일본 여행을 하리라는 막연한 생각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다만 구체적인 시기와 방식은 조금 더 시간이 흐른 뒤에나 진지하게 계획해보려 했다.
내 구상 속의 일본 여행은 렌터카를 이용해 직접 운전하며,
구석구석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여정이었다.
그만큼 천천히, 여유 있게, 준비를 갖춘 상태에서 시작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번 여행은 계획된 것이 아니었다.
오랜 친구의 갑작스러운 제안이 나를 이끌었고,
나도 모르게 그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평소 여행 마니아로 통하는 친구였기에 신뢰가 있었고,
부족한 부분은 함께 메워 나가면 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여행은, 나의 "귀가 얇은 성격"이 드러난 또 하나의 사건이었다.
사실 나는 일본을, 먼 나라들을 모두 돌아본 후 마지막으로 천천히 즐기려 했었다.
마치 냉장고 안에 넣어둔 맛있는 음식을 아껴두듯 말이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여행 순서를 바꾸어 놓았고,
덕분에 일본행이 먼저 현실이 되었다.
이 여행을 수락한 또 하나의 이유는 비교적 짧은 일정 때문이었다.
보름 내외의 짧은 기간이었고,
여행지는 큐슈와 시코쿠로 제한되어 있었다.
후일 본격적인 일본 렌터카 여행을 준비할 때 이 지역은 생략할 수 있으니
전체 일정에도 여유가 생길 수 있다는 계산도 했다.
동시에 이번 여행은 일본 문화를 미리 엿보고 실질적인 여행 감각을 익힐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출발 이틀 전까지 다른 여행지를 다녀오느라 정신이 없었던 탓에
일본에 대한 사전 정보 조사는 거의 하지 못했다.
다행히도 친구 부부가 동행했고,
그들은 이미 수많은 여행을 경험한 전문가들이었다.
총 4인이 함께한 여행은 짧은 일정과 한정된 지역 덕분에 큰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었다.
내게 있어 친구와 5일 이상 동행하는 여행은 일종의 경계선 같은 것이었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 그 선을 넘었다.
양보와 배려가 어우러진 여정은 결국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었고,
여행 이상의 소득을 안고 돌아올 수 있었다.
일본이라는 '이웃'과의 거리
일본은 지리적으로는 가장 가까운 이웃이다.
그러나 역사를 돌아보면 이웃나라라고 해서 사이가 좋은 것은 아니다.
세계 어느 곳을 봐도 이웃나라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는 드물다.
한반도의 역사는 임진왜란, 왜구의 침입,
일제강점기 등 일본과의 긴장된 관계로 점철되어 있다.
게다가 그 여파는 현재까지도 진행형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역사적 감정을 이번 여행에 끌어들이지 않으려 노력했다.
여행은 여행으로, 현실은 현실로 구분하고 싶었다.
물론 나도 과거의 아픔을 떠올릴 때면 감정을 억제하기 어려운 순간이 있었다.
그러나 지나친 감정이 미래를 가로막는다면,
그것은 또 다른 손해라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자유여행, 두려움을 넘어선다
많은 이들이 일본 자유여행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몇 가지 불안 요소 때문이다. 내가 보기엔 세 가지가 있다.
1. 언어의 장벽
나 역시 일본어를 거의 모르고 떠난 여행이었다.
간단한 인사말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음성이나 문자 번역이 가능해
언어는 더 이상 큰 장벽이 아니다. 약간의 불편함은 있지만,
그것도 낯선 땅에서의 일상적인 불편함일 뿐이다.
2. 숙소와 교통에 대한 걱정
우리는 숙소를 미리 예약하지 않고, 당일 현지에서 예약하는 방식을 택했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일본은 시스템이 잘 갖춰진 나라이고,
렌터카 운전 역시 처음엔 어색했지만 금세 익숙해졌다.
오른쪽 핸들과 반대 차선은 조금 혼란스럽지만 며칠이면 적응된다.
3. 음식과 비용
나는 여행지에서도 식사를 직접 조리하는 것을 선호한다.
물론 지역 특색 음식은 반드시 경험해야 한다.
하지만 매 끼니를 외식으로 해결하면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게 된다.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다 숙소에서 간단히 조리하면 비용도 절약되고,
식사 시간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완벽하지 않아서 더 기억에 남는 여행
이번 여행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일본 자유여행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자신감이었다.
여행은 항상 예기치 못한 일들을 동반한다.
물건을 놓고 온다든지, 길을 잘못 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 실수들이 여행의 진짜 기억으로 남는다.
실수가 없는 여행은 그저 기록에만 남는 여행일 뿐이다.
우리가 여행을 하며 진짜로 얻고 싶은 것은,
가슴에 남는 어떤 ‘무늬’ 같은 것이다.
이번 여행이 그런 무늬 하나를 내 마음속에 남겨주었다.
여행은 준비가 다 되었을 때가 아니라,
마음이 동할 때 가는 것이 가장 좋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전편 홋카이도 여행
https://blogger73233.tistory.com/36
홋카이도의 소운쿄 오타루 삿포로 명소들(J1-3)
홋카이도 자유여행의 마지막 날: 오타루와 삿포로의 핵심 일정 총정리자연의 품격을 더하는 은하폭포와 유성폭포홋카이도 여행의 마지막 날은 소운쿄 협곡에서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찾은 곳
blogger73233.tistory.com
큐슈 렌터카 여행
https://blogger73233.tistory.com/64
일본 여행의 첫 걸음 큐슈(J2-2A)
●큐슈, 일본 여행의 첫 걸음이번 여행의 첫 목적지는 일본 남서부에 위치한 큐슈였다.‘九州’라는 한자 명칭과는 달리, 현재 행정구역상으로는 7개의 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일본 내에서는
blogger73233.tistory.com
'일본여행 > 홋카이도 큐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 큐슈 자유여행 가이드: 아소산 분화구와 구마모토성 관람 팁(J2-2B) (10) | 2025.07.24 |
---|---|
일본 여행의 첫 걸음 큐슈(J2-2A) (10) | 2025.07.04 |
홋카이도의 소운쿄 오타루 삿포로 명소들(J1-3) (6) | 2025.06.22 |
홋카이도 비에이 방문지(J1-2) (12) | 2025.06.22 |
식물성 온천 마을 오비히로 (J1-1) (15) | 2025.06.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