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슈, 일본 여행의 첫 걸음
이번 여행의 첫 목적지는 일본 남서부에 위치한 큐슈였다.
‘九州’라는 한자 명칭과는 달리, 현재 행정구역상으로는 7개의 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본 내에서는 네 번째로 큰 섬이다.
일본은 본래 다도해 국가이지만,
주요 섬 네 개—혼슈, 홋카이도, 큐슈, 시코쿠—가 뼈대를 이룬다.
그중 혼슈는 사실상 일본 본토의 역할을 하며,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대도시는 혼슈에 집중되어 있다.
큐슈는 혼슈와 관문대교 및 해저터널로 연결되어 있어 섬이라는 느낌보다는
육지의 연장처럼 여겨질 때도 있다.
이러한 교통의 연결성은 여행자들에게 심리적 거리감을 크게 줄여준다.
특히 간몬 해협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시모노세키와 연결된 관문대교는
그 자체로도 인상적인 볼거리 중 하나다.
큐슈의 면적은 남한 면적의 약 42% 정도에 해당하며, 다양한 지형과 기후,
그리고 역사적 배경을 품고 있다.
후쿠오카, 나가사키, 사가, 오이타, 구마모토, 미야자키, 가고시마의
7개 현은 각각 고유의 색깔과 매력을 지닌다.
이 가운데 가고시마와 구마모토는 특히 농축산물 산지로 유명하다.
남쪽으로 갈수록 화산 지형이 뚜렷해지며,
가고시마와 미야자키에 걸쳐 형성된 기리시마 화산대는 오키나와까지 이어진다.
특히 아소산은 아직도 활동 중인 활화산으로,
큐슈의 자연적 상징이자 경이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역사와 함께 무거워지는 발걸음
처음 큐슈를 여행지로 정했을 때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가깝고, 여러 번 짧게 다녀왔던 지역이라 조금 더 깊이 둘러보자는 가벼운 마음이 컸다.
그러나 여행을 거듭할수록 이곳의 역사적 무게감이 점점 마음을 무겁게 했다.
북쪽으로는 한반도와 인접해 있고,
서쪽으로는 동남아시아로 향하는 통로가 되는 이곳은 일본이 외부 문물을 가장 먼저 받아들인 창구 역할을 해왔다.
조총과 천주교가 처음 유입된 곳이 바로 이 큐슈였고,
그 영향으로 천주교 성지가 유독 많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을 침략했던 소서행장 고니시 유키나가의 영지가 큐슈에 있었던 것도 단순한 우연은 아니다.
그의 군기는 십자가였고,
외손자인 고니시 만쇼는 신부로 사제서품을 받은 뒤 결국 순교에 이르게 된다.
나가사키는 대동아전쟁의 끝자락에서 미국이 투하한 원자폭탄의 피해를 입은 도시이기도 하다.
히로시마와 함께 일본의 전쟁과 평화, 생존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자유여행의 시작, 구마모토 공항에서
아침 8시 30분. 우리 부부는 친구 부부와 함께 버스를 타고 구마모토 공항에 도착했다.
다른 일행은 귀국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이곳에 왔지만,
우리는 본격적인 자유여행의 시작점으로 삼았다.
공항은 예상대로 붐볐고,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우리는 비행기 대신 예약해 둔 렌터카를 인수해야 했기에 공항 안에 있는 안내소를 찾아 문의했다.
그러나 안내받은 장소에는 번듯한 사무실이 아닌,
간단한 간판 하나가 도로변에 놓여 있을 뿐이었다.
렌터카 회사들의 정식 사무실이 아닌, 일종의 셔틀 대기 지점이었던 것이다.
이곳에서 예약 고객을 픽업해 본사 사무실로 안내하는 구조였다.
가이드도 없고, 안내 표지도 미비해 처음 찾는 이들에게는 꽤 낯설고 당황스러운 구조였다.
다행히도 우리는 ‘Holiday Nissan’ 렌터카 사무실에 도착했고,
간단한 수속을 거쳐 차량을 인수했다.
우리가 받은 닛산 X-Trail은 짐을 겨우 실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숙소까지의 여정과 일본의 주소 체계
트렁크 5개를 실은 상태에서의 주행은 예상보다 위험했다.
짐이 꽉 찬 차 안에서는 운전자의 시야도 제한되고,
뒷좌석 승객들은 매우 불편한 자세로 앉아 있어 장시간 운전은 건강에 부담이 컸다.
이런 상황을 미리 예견했던 우리는 여행 첫날 숙소에 큰 짐을 맡기기로 계획했다.
호스트에게 마지막 날까지 짐을 보관할 수 있을지 요청해 두었던 덕분에,
우리는 곧장 숙소로 향했다. 그러나 처음 숙소를 찾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주소를 기반으로 구글맵을 검색했지만,
엉뚱한 곳으로 안내되어 꽤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일본의 AIR B&B 숙소들 중 일부는
실제 숙소 위치와 등록된 지도상의 위치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약 시에는 간략한 위치만 제공하고, 정확한 주소는 예약 완료 후에야 전달되는 경우도 있다.
일본에서 AIR B&B를 이용하고자 한다면 예약 완료후
반드시 정확한 위치와 주소를 알려 달라고 호스트에게 부탁해야 한다.
정말 중요한 사항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불필요한 행위인데
일본 사람들의 민족성과 관련한 행태로 추정된다.
정확한 주소와 위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결국 몇 번의 전화 시도 끝에 호스트의 아들로 보이는 사람이 문을 열어주었고,
이른 체크인을 도와주었다. 숙소에 무사히 도착했을 때의 안도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번 여행은 시작부터 쉽지 않은 과정을 겪었지만,
그만큼 더 단단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은 언제나 변수의 연속이고, 그런 예상치 못한 일들이 쌓여 결국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된다.
다음 여정은 큐슈의 자연과 역사 속으로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는 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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