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시 혼잡도와 그룹 투어 방식
바티칸 박물관의 본격적인 관람이 시작되기 전,
수많은 투어 그룹이 동시에 입장을 시도하면서 현장은 극심한 혼잡을 겪는다.
마치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 승강장을 연상케 할 정도로 관람객의 밀도가 높아져,
이동조차 버거운 상황이 연출된다.
각 그룹마다 입장 시간을 나눴다면 훨씬 원활한 흐름이 가능했을 것이란 아쉬움이 들 정도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각국의 가이드들은 유려하게 그룹을 이끌었다.
가이드는 투어객에게 고유 주파수의 수신기를 나눠주고,
이어폰을 통해 조용히 설명을 진행했다.
좁은 공간을 빠르게 이동하면서도 주요 포인트마다 멈춰 서서 상세히 해설하는 방식이 인상 깊었다.
우연한 재회와 한국인 여행자의 밀도
바티칸 투어 중 뜻밖의 재회도 있었다. 미리 계획된 동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행 중 우연히 누나와 조카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숙소 위치까지 인근일 정도로 일정이 겹친 것은 신기한 경험이었다.
전날 함께 저녁을 먹은 데 이어,
세계적인 관광지에서 또다시 마주친 인연이란 알 수가 없다.
이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은 바티칸, 특히 박물관과 시스티나 성당,
성 베드로 대성당 등에서 유난히 많은 한국인 여행자를 마주치게 된 이유였다.
체감상 전체 관람객의 30%에 이를 정도로 한국인의 비율이 높았고,
대부분이 투어 그룹에 속해 있었다.

왜 한국인은 바티칸에 많이 모이는가
한국인 여행자들이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 벽화나 라파엘로의 작품,
베르니니의 조각에 이토록 높은 관심을 보이는 현상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주요 관광지뿐 아니라 동선, 시간대까지도 겹치는 모습은
한국 여행자 간에 일정 구성의 유사성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드러낸다.
비단 바티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 각국의 유명 관광지에서 한국인을 마주치는 일은 이미 흔해졌다.
필자가 과거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을 때에도 한국인 순례객 수는 세계 4위에 이를 정도였고,
심지어 당시 가장 많은 관광객을 배출하던 중국인조차 순례길에서는 거의 볼 수 없었다.
특정 문화에 대한 선호와 집단적인 여행 성향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번 여행 당시에도 한국은 징검다리 연휴가 겹친 시기였고,
직장인들이 몇 일만 휴가를 내면 장기간 여행이 가능한 일정이었다.
아마도 이러한 시기적 특성이 바티칸 한국인 관광객의 밀집 현상을 더욱 부추겼을 것이다.

문화재 감상과 여행자의 감정 변화
시선이 복잡해질 무렵, 마음을 내려놓고 흐름에 몸을 맡기기로 했다.
박물관 내부에는 고대 유물들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었고,
대부분 돌로 만들어진 조각상이었다.
세월과 전쟁을 견디고 살아남은 유물들이기에 더욱 귀중했고,
그만큼 보존 상태가 뛰어난 작품이 눈에 띄었다.
우리의 문화유산 또한 과거 힘이 약할 때 수많은 약탈과 파괴를 겪었다.
전쟁과 외세 침탈 속에서 사라진 유산은 지금도 되찾기 어렵고,
그 상실의 아픔은 민족의 고통으로 현재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다른 나라의 문화유산을 마주할 때마다 경외와 동시에 안타까움도 스며든다.

시스티나 성당의 경외감
시스티나 성당의 ‘최후의 심판’ 벽화 앞에서는 어떤 말도 필요하지 않다.
단순한 설명이나 해설을 넘어선, 감탄 그 자체의 예술이 있었다.
라파엘로의 방 역시 사람이 북적였지만, 그 공간이 주는 미적 충격은 줄어들지 않았다.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붐볐지만,
예술은 그 속에서도 침묵으로 말을 건넸다.

방문객들은 그 앞에서 잠시 숨을 멈춘 채, 경외와 감탄 속에 머물렀다.
여행자는 그저 작품에 스며드는 느낌으로 그 순간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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