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상징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T10)

 

모자이크로 그려낸 예수의 이야기
성 베드로 대성당을 걷다 보면 눈에 띄는 대표적인 성화 중 하나는

카를로 마라타(Carlo Maratta)의 '요한에게 세례를 받는 예수'다.

또 하나는 부활한 예수의 상처를 직접 확인하려는 도마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언뜻 보면 정교한 유화처럼 보이지만, 이 작품들은 모두 모자이크 기법으로 제작된 것이다.

성당 내부의 온도, 습도 등 보존 환경을 고려해 유화 대신 모자이크로 구현되었지만,

육안으로는 그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각각의 조각이 마치 붓질처럼 섬세하게 맞물려 있어 오히려 유화보다 더 깊고 풍부한 감동을 전한다.

성스러운 장면을 영구히 보존하려는 의도와 장인정신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부분이다.

카를로 마라타(Carlo Maratta)의 '요한에게 세례를 받는 예수'

예수의 십자가형 당시 현장에 있었던 병사 롱기누스

롱기누스의 창과 회심의 조각상
성당 안에는 예수의 십자가형 당시 현장에 있었던 병사 롱기누스를 묘사한 조각도 서 있다.

그는 예수께서 숨을 거둔 직후 옆구리를 창으로 찌른 인물로,

피와 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참으로 하나님의 아들이셨다”는 고백을 하며 개종한 인물이다.

이후 박해 속에서 순교하고 성인의 반열에 올랐으며,

오늘날에는 창을 들고 있는 형상으로 대성당 내부에 조각되어 있다.

그가 들고 있던 창, 즉 ‘롱기누스의 창’도 성당 내부에 전시되어 있다.

단순한 장식 이상의 의미를 지닌 이 조각은 믿음이 시작되는 순간,

인간 내면의 변화를 상징하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부활한 예수의 상처를 직접 확인하려는 도마의 모습

닳아버린 청동 발가락, 성 베드로 상
기둥 옆 한편에서 검은색 청동으로 만들어진 성 베드로 동상을 발견하게 된다.

이 조각상은 수많은 순례자들이 오른발을 만지며 기도해온 전통 덕분에,

지금은 발가락이 거의 닳아버린 상태다.

필자 역시 이 발등에 조심스럽게 손끝을 대며 짧은 묵상의 시간을 가졌다.

청동이 마모될 정도로 오랜 세월 간절함이 쌓였다는 사실이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순교 장면과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
노아의 방주를 묘사한 모자이크, 정면에 자리한 ‘최후의 심판’ 벽화,

청동문에 새겨진 다양한 순교 장면들도 인상 깊다.

그중에서도 초대 교회의 기틀을 마련한 사도 베드로의 순교 장면이 담긴 부조는 특히 시선을 오래 머물게 했다.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한 그의 선택은 단순한 믿음이 아니라 신념의 깊이를 드러낸다.

이런 예술적 묘사는 인간의 존재와 가치,

종교적 헌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놓쳐 아쉬웠던 김대건 신부 성상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성당 외벽에 설치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성상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2023년 새로 설치된 이 성상은

한국인 최초의 신부이자 순교자였던 김대건 신부를 기리는 상징물이다.

성당 안이 아닌 외부 오른편 출입문 인근,

기념품점을 지나 외벽 쪽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사진으로 본 모습은 갓과 두루마기를 갖춰 입은 단정하고 절제된 형태였고,

다음 로마 방문 시에는 꼭 직접 찾아볼 계획이다.

노아의 방주

성당 관람 후의 여운
관람을 마치고 오디오 가이드를 반납하니 어느새 오후 3시가 가까워졌다.

지친 발걸음을 이끌고 성당 왼편 계단에 앉아 미리 준비한 간단한 음식과 커피로 에너지를 보충했다.

성 베드로 광장 너머로는 햇빛이 비치는 오벨리스크와 회랑이 펼쳐지고,

광장 한가득 모인 사람들의 표정은 저마다 다르지만 공통된 경외감이 느껴진다.

첫 로마 방문의 기억이 어렴풋이 되살아나고,

오늘의 감각과 자연스럽게 겹쳐졌다.

그 순간, 이 광장이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수천 년의 시간과

감정이 중첩된 상징적 장소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오벨리스크 위에 빛나는 십자가는 그런 생각을

가만히 응시하는 여행자의 마음마저 품어주는 듯했다.

이탈리아 여행 전편

https://blogger73233.tistory.com/44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 활용하기1(T9)

 

이탈리아 여행 다음편

https://blogger73233.tistory.com/52

로마 현지 가이드와 함께 핵심장소 돌아보기(T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