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도보 여행의 시작: 테르미니 역과 소매치기 주의
로마의 중심부를 현지 가이드와 함께 도보로 여행하는 날,
모임 장소는 로마의 대표 교통 중심지인 테르미니 역이었다.
수많은 여행자와 현지인이 뒤섞여 북적이는 이곳은 첫 만남부터 로마 특유의 생동감을 전달했다.
한국인 가이드는 인사를 나누자마자 가장 먼저 소매치기 주의에 대한 당부부터 전했다.
로마가 유럽에서 소매치기로 유명한 도시 중 하나라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도보 투어에는 총 11명이 함께했다. 인원이 다소 많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가이드의 유쾌한 해설과 참가자들 간의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어지면서 이내 하나의 팀처럼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가이드는 로마는 도시 자체가 넓지만,
핵심 명소들은 도보로 이동 가능할 정도로 가까이 모여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의 매력은 짧은 이동 거리 안에도 수천 년의 역사가 층층이 쌓여 있다는 점에 있다.
사슬에 묶인 성 베드로의 이야기, 산 피에트로 인 빈콜리 성당
첫 번째 방문지는 ‘사슬에 묶인 성 베드로’라는 뜻을 지닌 산 피에트로 인 빈콜리 성당이었다.
이곳에는 전승에 따르면 성 베드로가 감금되었을 때 사용된 쇠사슬이 유리 진열장 안에 보관되어 있다.
하지만 더 많은 이들이 이 성당을 찾는 주된 이유는 미켈란젤로의 대표작 중 하나인 '모세상' 때문이다.
성당 내부는 외관에서 느껴지는 규모보다 훨씬 작고 조용하며,
역사적인 중세 건축물 특유의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아침 햇살이 고풍스러운 기둥 사이로 스며드는 공간에서
성 베드로의 쇠사슬이 놓인 중앙 제단은 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 옆에는 또 하나의 인상적인 석상이 자리하고 있는데,
바로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어머니인 성녀 모니카의 조각상이다.
성녀 모니카는 오른손에 쇠사슬을 들고 있으며,
이는 육체의 구속이 아닌 영혼의 인도를 상징한다.
그녀의 조용한 기도는 조명조차 닿지 않는 어두운 자리에서 공간 전체에 잔잔한 울림을 남긴다.
한편 미켈란젤로의 모세상은 모세의 머리에 있는 두 개의 뿔로 인해 더욱 주목받는다.
이 뿔은 히브리어 성경의 ‘빛나다’라는 단어가 라틴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뿔이 있다’는 뜻으로 오역된 데서 기인한다.
이런 흥미로운 해석 오류는 예술이 종교적 상징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보여주는 예시이기도 하다.
콜로세움의 전설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모의 해전
두 번째로 향한 곳은 로마의 대표적 유적지, 콜로세움이었다.
입장권을 구매하려는 관광객들로 주변은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지만,
가이드는 내부 입장 대신 외부에서 콜로세움을 가장 아름답게 조망할 수 있는 지점으로 안내했다.
콜로세움은 고대 로마의 권력과 기술력을 상징하는 건축물로,
검투사 경기와 맹수와의 사투는 물론이고 ‘나우마키아’라고 불리는 모의 해전까지 열렸던 장소다.
내부에 바닷물을 끌어들여 해전을 재현했다는 설명은 로마인의 상상력과 건축기술에 대한 감탄을 자아낸다.
비록 입장하지는 않았지만, 콜로세움을 배경으로 한 기념사진 촬영과 해설은
고대 로마의 찬란한 유산을 가까이서 체감하는 데 충분했다.
황제의 길을 따라, 캄피돌리오 언덕과 포로 로마노
콜로세움을 뒤로하고 향한 다음 목적지는 캄피돌리오 언덕이었다.
이 언덕으로 가는 길인 Via dei Fori Imperiali는 '황제의 길'이라 불리며,
고대 로마의 위대한 황제들을 기념하는 조각상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트라야누스, 아우구스투스 등, 제국을 이끌었던 인물들은
전쟁터로 향하기 직전의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다.
정치 지도자로서의 위엄과 군사적 권위를 동시에 상징하는 복장이다.
이 황제들이 바라보는 방향에는 포로 로마노가 있다.
한때 제국의 권력과 음모, 정치와 종교가 집약되었던 공간으로,
현재는 유적과 폐허의 형태로 남아 있지만 당시의 위세를 고스란히 전해준다.
고대 로마 문명의 중심이자 서구 정치사회의 출발점 중 하나로 평가받는
이 공간은 도보 투어의 마지막 여정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도시를 걷는다는 것의 의미, 로마에서 얻은 통찰
이번 로마 도보 여행은 단순히 유적을 둘러보는 일정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도보로 이동하며 각 장소를 직접 보고, 들으며,
그 역사에 감정을 더해가는 경험은 로마라는 도시의 무게를 피부로 느끼게 해주었다.
수천 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거리 위를 걸으며,
종교와 정치, 예술과 삶이 혼재된 로마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었다.
하루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로마는 그 자체로 살아있는 박물관이자 감성적인 교과서였다.
걸으며 쌓아올린 이 기억은 단순한 관광의 결과가 아닌,
하나의 역사적 성찰로 남게 된다.
이탈리아 여행 전편
https://blogger73233.tistory.com/46
신앙의 상징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T10)
모자이크로 그려낸 예수의 이야기성 베드로 대성당을 걷다 보면 눈에 띄는 대표적인 성화 중 하나는 카를로 마라타(Carlo Maratta)의 '요한에게 세례를 받는 예수'다. 또 하나는 부활한 예수의 상처
blogger73233.tistory.com
이탈리아 여행 다음편
https://blogger73233.tistory.com/53
고대 로마의 기억을 품은 광장과 언덕, 그리고 가이드 추천 식당(T12)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카피톨리노 광장의 상징, 기마상로마 카피톨리노 언덕을 오르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기마상이 중심에 우뚝 서 있다. 이 기마상은 르네상스 시대 미켈란젤로가 설계
blogger73233.tistory.com
'유럽여행 > 이탈리아 핵심 도시 가이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마 자유여행의 시작, 살아 숨 쉬는 박물관을 향해(T4) (4) | 2025.06.28 |
---|---|
고대 로마의 기억을 품은 광장과 언덕, 그리고 가이드 추천 식당(T12) (4) | 2025.06.28 |
신앙의 상징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T10) (2) | 2025.06.27 |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 활용하기1(T9) (0) | 2025.06.26 |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 느껴보기, 도시의 풍경(T8) (6) | 2025.06.25 |